Interview
속옷밴드 <후일담>

밴드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a.k.a. 속옷밴드)'는 2003년 [사랑의 유람선]에 이어 2006년 셀프타이틀 음반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를 발매했다. '멕시코행 고속열차'를 비롯한 7곡이 수록되어있는 이 음반 발매 이후 밴드는 6년간 휴지기를 가졌다. 최근 다시 공연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2017년 1월 현재까지 이 음반은 밴드의 마지막 스튜디오 작업으로 남아있다.

오래전 절판된 이 음반의 음원을 만선에서 발매하는 기념으로 밴드 멤버들이 모여 음반 작업과정과 수록곡들에 대한 기억, 감상과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밴드 : 박현민(기타), 장윤영(베이스), 정승호(기타), 정지완(드럼), 조월(기타)
일시 : 2017년 1월 20일
장소 : 서교동 비늘, 상수동 레게치킨 선샤인

조월 이 음반 녹음한 작업실이 무슨 동이었지? 돌곶이역에 있던. 지완 석관동이지. 잠(Zzzaam, 밴드)이 사용하던 합주실을 넘겨받았지. 승호 우리 다음에는 어떤 잘생긴 청년들이 하던 비쥬얼 록밴드에게 넘겼잖아. 윤영 외대 앞에도 잠깐 작업실이 있었고, 신이문역에도 있다가 돌곶이로 갔지. 현민 신이문역 작업실 안에는 우물이 있었지. 거기서는 [사랑의 유람선]을 녹음했고.
지완 내가 2003년에 제대하고 1년쯤 후부터 이 음반 녹음을 시작했을 거야. 윤영 녹음은 보통 현민이가 멤버들 한 명씩 만나서 1:1 로 했었지. 조월 믹스는 현민이가 주로 하면서 다른 멤버들이 참여하는 형태였던 것 같고. 현민 ‘멕시코행 고속열차’나 다른 몇몇 곡 작업은 월이랑 같이 했어. 조월 다들 음반 듣고 왔어? 지완 난 내 머릿속에 다 있어. 일동(침묵)
2006년 석관동 한예종 앞 어느 술집
"한 곡을 꼽으라면 난 '안녕'이야."

Track 1 : 안녕

지완 아마 이 곡 드럼 녹음을 처음 했을 거야. 며칠 고생하다가 녹음을 마쳤을 때 기분 좋아서 싸이월드에 글도 쓴 기억이 나네. 일동 싸이월드… 조월 트랙 첫 부분에 나오는 소리가… 지완 드럼 조율하는 소리인데, 이거 녹음하고 현민이가 되게 좋아했었어. 현민 카세트덱(cassette deck) 소리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더라. 지완 드럼 녹음은 이 곡이 제일 잘 된 거 같아. 조월 나는 내 백킹 기타 공간감이 썩 맘에 들었어. 녹음할 때 이상한 짓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현민 기억나. 다양한 마이킹(miking)을 실험했던 것 같아. 마이크를 앰프 앞뒤에 대고, 녹음하는 공간 바깥쪽에도 두고 그랬어. 마이크를 여러 대 사용하면서 위상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때도 의식하면서 한다고는 했지만, 다시 들어 보면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
조월 이 음반 발매 당시에 실망한 사람들이 꽤 있었지. 수많은 인디밴드 음반들처럼. 지완 당시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기대했던 소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잖아. 다 직접 했고. 나는 그때 상황 등을 알고 들어서 그런지 그 음반 들으면 우울한 지하실 느낌을 받아. 좋은 의미로. 윤영 그치 그치. 당시에 레이블(파스텔 뮤직)에서 스튜디오를 빌리고 따로 엔지니어도 쓰라고 했었는데,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거 같아. 그냥 이게 그때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해. 지완 만약에 스튜디오에서 했으면 시간에 쫓겨서 연주는 더 XX이었을 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더 받고. 현민 내 나름대로는 녹음 ‧ 믹싱 중에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 무엇보다 과정이나 아웃풋에 대해 내가 만족하지 못했지. 당시 인터넷상에 돌았던 공연 실황 음원이 있었잖아. 어느새 나한테도 그게 더 익숙했고, 사운드의 기준이 되어 버렸던 것 같아. 그걸 재현하려고 하면서 힘든 것도 있었어.

<편집자 주 : 속옷밴드 이대 후문의 클럽 ‘카페 빵’에서 연주하던 2001-2년 경, 밴드의 친구가 워크맨으로 녹음한 '안녕', '멕시코행 고속열차', '블루문'의 부틀렉 MP3가 인터넷상에 공유되었고, 이는 밴드를 좀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승호 그래서 괴로웠던 거였어? 난 그냥 염세주의자인 줄 알았잖아. 술은 참 많이 마셨는데 막상 그런 얘기들을 못했던 것 같네. 윤영 사람들은 그 버젼을 들을 때 나름의 여지, 상상, 기대를 추가해서 들었던 것 아닐까. 조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완 그 당시에는 그 버젼이 기준이었지. 당시에는 그 음원과 비교하며 실망한 사람들도 있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음반이 기준이 된 거 같아서 좋아. 윤영 그 음원 안 들어본 지 한참 되었네. 좋았는데. 지완 역시 아날로그 테잎 녹음이 좋다니까... 조월 아날로그 테잎 타령 좀 그만해. (웃음)
조월 인기밴드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음반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아무런 관심도 못 받아서 힘든 상황은 아니었어. 지완 나 제대하고 나서 공연 할 때 쯤부터는 관객 수도 늘었어. 조월 그때도 이대 후문 빵이었나. 현민 당시 우리가 다른 클럽에서 공연한 적은 없어. 조월 윤영이는 언제부터 같이 연주했지? 윤영 2000년? 지완 윤영이가 밴드 시작하고 굉장히 금방 들어왔어. 조월 나는 그 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지? 지완 그 전에는 관객도 별로 없고 우울했지 (웃음) 윤영 난 이 얘기하면 늘 기분 좋은 게, 그때부터 너희가 얘기하길, 윤영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관객이 확 늘었다고, 복댕이라고 해서. 나 오기 전에는 관객 2명인 적도 있었다며. 난 믿기지 않지만. 지완 아무도 안 와서 공연 시작도 안 하다가 2명이 갑자기 들어와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다음 공연하는 밴드의 여자친구들이었지. 조월 당시에 공연 같이 하는 팀끼리 서로 공연 봐주는 게 매너라고 했었는데. 지완 빵에 그런 걸 강조하는 문화가 있었지. 조월 넬도 빵에서 공연하던 시절이네. 현민 빵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한 게 한받 형이랑 했던 ‘야간 산행’ 공연인가? 윤영 그건 홍대로 옮긴 빵. 그때 재밌었는데. 지완 나도. 사람들도 재밌고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진짜 그 밤에 그 많은 사람들이 산까지 타고. 한받 형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
조월 ‘안녕’ 얘기를 마무리하자면, 제일 인기 많은 우리 곡 중 하나지. ‘멕시코행 고속열차', ‘블루문’과 함께. 승호 속옷밴드 중에 한 곡을 꼽으라면 난 '안녕'이야. 지완 이 곡의 연주 녹음할 때 ‘삘’이 ‘빡’ 왔었어. 가끔 들어도 당시 연주할 때의 좋은 느낌이 와. 술 먹고 했었나?
"그게 우연이던 오해이던 멤버들이 맞춰가면서 의도치 않은 뭔가가 만들어져가는게 난 밴드하는 재미라고 생각했거든."

Track 2 : mcv

조월 승호가 가져왔던 곡이지. 지완 편곡은 잘 된 거 같은데, 기술적인 부분에서 드러밍이 많이 아쉬워. 조월 리프가, 마디가 어디에서 시작인지 어떻게 끊어지는지 승호가 제대로 설명을 못 해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 (웃음) 지완 설명을 잘해줬으면 좀 수월했을 텐데 연주하기 너무 어려웠어. (웃음) 현민 예를 들면 엇박자가 언제는 들어가고 언제는 아니고…… (웃음) 승호 핑계를 대보자면 말이지, 물론 설명할 만한 지식도 없었지만, 내가 뭔가를 만들어왔을 때 내가 그 의도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게 우연이던 오해이던 멤버들이 맞춰가면서 의도치 않은 뭔가가 만들어져가는게 난 밴드하는 재미라고 생각했거든. 이라고 포장을. 조월 가운데 승호 기타, 오른쪽에서 현민이 슬라이드 기타, 왼쪽에서 내 기타가 나오는데 그 조화도 괜찮았던 거 같아. 음반에서 내가 기타 라인을 많이 만든 게 ‘파고듦’과 이 곡인데, 이번에 들으면서 '꽤 잘했네, 애썼네' 라고 생각했어. 지완 유니크한 곡인 거 같어. 조월 그런데, mcv는 왜 mcv야? 현민 승호 말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었어. 승호 그게 출처가 있긴 한데 이제 와서 별 의미 없는 것 같네.
윤영 기존의 우리 곡들과는 다르게 좀 매끌매끌한 느낌이 있어. 지완 팝적이지. 다시 녹음해보고 싶기는 해.

Track 3 : 파고듦

지완 처음 현민이가 믹스해서 들려줬을 때, 꽤 싸웠었어. 중간에 한참 기타 아르페지오 나오는 부분 있잖아. 너무 잘 안 들리고 길어서. 후에 1년쯤 지나서 어느 날 이 곡 듣는데, 되게 좋은 거야. 그 싫다고 했던 부분이 특히 쾌감이 있더라고. 현민이가 좀 앞서갔구나 생각을 했지. 개인적으로는 음반에서 베스트트랙이라고 생각해. 현민 그게 아르페지오는 아니고 기타 줄을 실로폰 채로 친 거야. ‘파고듦’은 비틀즈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곡이지만, 사실 이 부분은 그때 빠져 있던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의 [Music for 18 Musicians] 음반에서 영향을 받았었어. 조월 실로폰 채? 처음 알았네. 윤영 나도 몰랐네.
"비틀즈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곡이지만, 사실 이 부분은 그때 빠져 있던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의 [Music for 18 Musicians] 음반에서 영향을 받았었어."
조월 이 트랙 소리가 좋더라. 공간감도 좋고. 현민 승호 기타 멜로디 라인이 참 좋았는데……. 조월 승호가 이메일 주소도 melodystar일 정도로 멜로디에 관심이 많고 감각도 있고.. 그런데.. 지완 표현력이 약간 … 일동 (웃음) 승호 덤덤함을 표현한 거라니깐.
2006년
현민 월이 기타도 좋았어. 곡 작업 막바지에 추가하듯이 녹음했던 것 같아. 조월 계속 라인을 안 만들다가, 못 만들다가 막판에 급하게 넣었던 기억이 있네. 지완 이 곡도 우리가 잘 안하던 스타일이었잖아. 지금 들으면 참 좋은데, 라이브에서 재현이 어려워서 좀 아쉽지. 조월 (승호 없이) 기타 2대로는 어려워.
조월 우리 그때 기타 앰프는 뭐 썼어? 현민 주로 내 Fender TR 앰프를 사용했고, Marshall은 간헐적으로. 월, 너는 Marshall 많이 사용하지 않았나? 그리고 무늬만 Fender인 대형 진공관 앰프가 있었는데, 그건 내 하모닉스 녹음할 때 몇 번 쓴 정도. 조월 그때 Marshall을 썼나? 넌 그때부터 Fender 를 썼어? Frontman 같은 건가? 현민 응, 외대 작업실 시절부터 들고 다녔잖아. 모델명은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조월 나도 이런 기억은 다 지워졌네.

Track 4 : I’ve been here, we’ve been here.

조월 내 나름으로는 야심 차게 가져온 코드 진행이었는데 다들 아쉬워하는 트랙인 듯. 나한테도 늘 머릿속에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썩 괜찮았어. 구성도 좋고. 현민 엔딩으로 넘어갈 때는 ‘My Favourite Tunnel’([사랑의 유람선] 수록곡) 같은 느낌도 있더라. 지완 나는 드럼이 좀 심심하고 아쉬워. 그때는 갖고 있는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별 수 없지만, 지금 녹음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당시에 내가 소화하기 힘들어했던 곡들이 몇 개 있었지. ‘Stay’도 있고. 조월 ‘Stay’는 내 솔로음반으로 잘 넘어왔지. (조월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수록) 윤영 그런데 ‘슬픈 달의 축제’ ‘이 무서운 왕뱀을 향해 화살통 하나가 다 빌 때까지’ 같이 완성된 곡들은 왜 녹음을 안 하고 이런 신곡을 녹음했지? 조월 지완 형은 예전 곡들을 모두 녹음해서 정리하자 했었고, 나는 예전 곡들보다는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을 만들고 녹음하자고 주장했었지. 윤영 후반부에 완성해서 녹음했던 곡 같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쿠스틱한 느낌을 더 살린다거나, 베이스 리프도 더 많이 만들고 싶었어. 현민 베이스 녹음은 지금도 제일 어려워.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녹음, 믹싱이 가장 까다로운 악기인 것 같아. 지완 맞아. 내가 다른 밴드 녹음을 해봐도 그렇고, 특히 한국 음반에서 베이스 톤, 펀치감이 다 잘 살아있는 걸 거의 못 들어본 거 같아.
조월 제발 좋은 얘기들 좀 해. 이거 지금 음원 발매 기념으로 하는 거야. (웃음) 윤영 빼. 지완 이런 건 빼. 현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이 얘기를 왜 하는 거야. 좋은 얘기가 나올 수가 없다니까……. 일동 (웃음)
"싫다는 현민이 겨우 설득해서 그날 이 곡 연주했던 게 천만다행이었지."

Track 5 : 멕시코행 고속열차

지완 희망찬 노래지. 나한텐 희망차고 긍정적인 노래야. 현민 이 곡, 나는 공연하지 말자고 했었어.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서. 윤영 현민이는 맨날 그래. 조월 아까 그 공연실황 녹음되던 날이 초연이었어. 그 후에 한참 공연을 쉬었는데, 그 음원이 돌면서 반응이 꽤 좋았지. 싫다는 현민이 겨우 설득해서 그날 이 곡 연주했던 게 천만다행이었지.
2006년 음반 발매 기념 공연 웹플라이어
조월지금 생각하면 제목은 조금 부끄러운 구석도 있어. 멕시코는 미국사람들이 도망가는 곳이니까. 지완 그래도 제목이 절묘하게 잘 맞았지. 윤영 한국사람은 어디로 도망쳐? 조월 그러게.
조월 거의 잼처럼 연주한 현민이 멜로디 라인이 좋았지. 현민 그 음원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계속 이 리프를 연주하고 있을까?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라인이 좀 천박하다고 느껴. 윤영 얘 또 이래. 조월 넌 뭘 했어도 천박하다고 느꼈을 거야. 지완 그시절의 너이기 때문에 칠 수 있는 라인이라니까. 그때 그렇게 쳐놨기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 안그래? 현민 그래서 나도 그나마 위안을 삼지…….
조월 이 노래가 없었으면 … 지완 지금 안 만나지. 동력이 되니까. 조월 우리 곡들 중에서 남녀노소 가장 많이 좋아하는 곡이지. 이런 노래가 밴드에게 있다는 건 큰 힘이고. 지완 지금은 이 곡 연주하면 편하고 리프레쉬 되고 좋아. 내가 하는 다른 밴드들보다 속옷은 집중도가 더 필요한데, 멕시코는 연주하면 편하고, 기분 좋고, 반응 좋고. 윤영 맞어. 지완 그런데 내가 지산 (록페스티벌) 공연에서 16마디를 빼먹었어... 일동 (웃음) 지완 그걸 상철(불싸조)이가 가르쳐줬어. 무대에서 막 표정으로...
"서정적인 음악 + 보컬 없는 밴드는 '포스트록' 이름으로 묶이는 거지."
지완 나는 '포스트록(post-rock)'이라는 말 정말 싫어. 포스트락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우울해. 포스트록이 우울한 음악이야? 이게 돼버리니까. 이 곡이 그런 관념에서 반대쪽에 있어서 더 좋은 게 있어. 조월 나는 '포스트록'이라는 '말'은 좋던데. 현민 음악이야 우울할 수는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푸느냐가 문제겠지. 보통 '포스트록'이라고 하면 미니멀한 인트로로 시작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극에 달하는, 정형화된 장르 정도가 주된 이미지잖아. 주위에서도 그런 특정한 구조나 형식에 얽매인 경우를 많이 보긴 하지. 지완 장르 이름이랑 달리 음악은 너무 형식적이잖아. 조월 우리도 그런 면은 분명히 있지. 지완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그런 것만 하는 게 아니다, 라고 할 때, 명함처럼 내밀 수 있는 게 ‘멕시코행 고속열차' 라는 얘기지. 조월 나는 Explosions in the Sky, Mogwai 같은 음악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우리가 그런 음악을 수입해서 연주한 밴드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 지완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한참 나중에야 그런 밴드, 음악이 있는 거 알았잖아. 현민 비슷한가? 난 모르겠는데. 윤영 보컬 없는 거 말고는. 지완 서정적인 음악 + 보컬 없는 밴드는 '포스트록' 이름으로 묶이는 거지. 조월 초기에 나는 보컬 구하자는 의견도 내고 했었는데, 현민이는 보컬 없이 해보자는 뚝심이 있었어.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야. 보컬 구하지 않은 게. 지완 '포스트록' 범주에 넣으려면 시베리아나가 제일 적합하지 않나?
"처음 밴드 들어와서 이 곡 만들면서 이렇게 곡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나. 내가 하던 다른 밴드들의 음악과도 많이 달랐고"

Track 6 : 시베리아나

지완 록킹한 색깔이 제일 빠져있는 곡이니까. 이 곡이 앨범에서 저평가 되는 게 좀 있어. 유니크한 곡인데. 처음 밴드 들어와서 이 곡 만들면서 이렇게 곡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나. 내가 하던 다른 밴드들의 음악과도 많이 달랐고, ‘잠’이 하던 거랑은 또 달랐잖아. 윤영 오빠가 브러쉬를 꺼내 들면서 곡 퀄리티가 올라갔지. 지완 덕분에 브러쉬도 쓰는 드러머가 됐지. 큰맘 먹고 비싼 브러쉬 샀지. 제목은 ‘시베리아’야? ‘시베리아나’야? 현민 ‘시베리아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표현이야.
"그때는 작정하고 우울한 곡을 써 보자 했었지."

Track 7 : bluemoon

조월 안녕, 멕시코, 블루문. 지금까지 밴드를 지켜온 원동력이지. 현민이가 스물 한 두 살 때 만든 곡일 거 아냐. 그때 현민이 이 곡 데모 녹음한 테이프를 주던 기억이 나네. 왜 블루문이라고 지었어? 현민 그때는 작정하고 우울한 곡을 써 보자 했었지. 조월 내 이름에 달이 들어가니까, ‘블루문’, ‘슬픈 달의 축제’ 같은 곡 제목을 내가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니가 지었는데. 지완 블루문 지산에서 8명이서 할 때, 너무 좋았던 적이 있어. 이건 영화 같다, 풍경이 보여, 하는 기분이었어. 지금도 그때 기억으로 해. 윤영 그때 좋았어.

<편집자 주 : 속옷밴드는 2012년 지산 록 페스티벌에서 이태훈(트럼펫, 퍼쿠션 / 세컨세션, 헬리비젼, 화분), 제인(첼로 / 로로스), 조태상(키보드 / 모임 별), 한상철(기타 / 불싸조)와 함께 총 8명의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

조월 현민이가 블루문에 대해서 유독 엄격한 게 있어. 특히 템포에 관해서 BPM 1 정도 단위로. 지완 만약 내가 아니고 다른 드러머였으면 두가지 중 하나였겠지. 그 템포를 연습해서 정확히 몸에 익히거나, 등쌀에 나가거나 (웃음) 승호 블루문 앞부분에 현민이 멜로디 뒤에 백킹멜로디(?) 같은 걸 만들어서 넣었어. 작게 믹싱돼서 잘 들리진 않지만, 현민이가 먼저 풀어논 멜로디에 또 다른 멜로디를 얹었다는 게 재밌었거든. 그런 식으로 곡작업을 더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네.
2006년 [화끈한 밤, 끝나지 않을 노래] 공연 포스터 2종
"우리가 끊어지지 못할 인연이거나, 서로 좋아 죽겠는 사람들은 아니었잖아."
조월 개인적으로 이 음반은 생각하면 골치 아프고, 잘 안 듣게 되는 불편한 기억 같았어. 그런데 이번에 다시 들을 때, 내 기억보다 훨씬 좋은 음반이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 늙어서 마음이 너그러워졌는지도 모르지만. 지완 내가 원래 ‘착한’ 록음반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착한데 편해. 편해서 좋아. 릴랙스하게 들을 수도 있고. 20대 중후반이었잖아 우리. 그때 더 착했어. 승호 ‘착한’ 음반이었다는 게 맞는 얘기같아. 그런데 우울하단 평가도 늘 있는걸 보면 그 당시 우리가 착하고 우울한 놈들, 착한데 우울한 놈들 그런거 였던듯. 아니면 착해서 우울했나. 하여간에. 조월 다들 그때 더 못 됐었어. 윤영 그렇게 싸우고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의미 없지 않았어. 지완 꼼꼼하게 열심히 만들었어. 현민이가 엄청 꼼꼼했지. 현민 돌이켜보면 그때 내 꼼꼼함은 불필요한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 윤영 병적이었어. 현민 차라리 병에 걸릴지언정 제대로 만들고 싶었어. 작업 과정이나 그 밖의 결정에도 좀 더 대담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지. 조월 제발 좋은 얘기 좀... 윤영 우리가 끊어지지 못할 인연이거나, 서로 좋아 죽겠는 사람들은 아니었잖아. 그래도 그렇게 싸우면서도 결국 녹음을 하고 밴드를 계속한 이유는 곡에 대한 애착이었던 거 같애. 지완 반은 수긍하는데… 아니다, 넘어가자. 현민 우리가 소화해 내기 힘든, 좋은 곡들이었다고 생각해. 조월 이건 너무 느끼한데.

정리 : 만선 편집부, 속옷밴드